일상의 소소한 웃음, 인생의 짭짤한 눈물, 그리고 마지막 반전
희망과 가능성을 추구하지만 끊임없는
불안과 상실 속에 살아가는 이 시대 우리의 자화상, 삶의 표정
그래도 인생은 즐거워!
1. “슈슈”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현대인의 부조리한 감정을 표현하는 ^^+ㅠㅠ의 이모티콘 신조어다. 삶의 절박함 속에 우연히 마주치는 어처구니 없는 헛웃음, 혹은 소소한 유쾌함은 “웃음이 주룩주룩(^^)”으로, 웃음의 뒷전에 꼬물꼬물 묻어나는 상실과 불안, 절망과 외로움은 눈물이 꼬물꼬물(ㅠㅠ)”로 표현되고 있다.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것이 정상적인 표현이라면, 이것을 뒤집어 표현함으로써 부조리한 감정으로 희극화시키고 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든지, 울고 있지만 웃음이 나온다든지, 너무 웃었더니 눈물이 난다든지, 너무 슬퍼서 헛웃음만 난다든지, 웃음도 울음도 아니지만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동시에 기쁨과 슬픔이 터져 나온다든지, 오후 2시에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더니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나왔는데 그러자 정말 거짓말처럼 우울해지고 슬퍼진다든지, 그렇게 하품하고 슬픔에 빠지는 자신이 한심하고 기가 차서 울컥 눈물이 난다든지, 웃음이 난다든지 하는… 서문 중에서”
<슈슈>는 희망과 가능성을 추구하지만 끊임없는 불안과 상실 속에 살아가는 이 시대 우리의 자화상이다.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애매하고 모호한 감정에 싸여 있는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의 표정이다. 웃음과 눈물이 함께 엉킨 이야기들은 어느 순간 삶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찌른다. 우리가 김상득의 글에 공감이 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슈슈>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이야기, 나와 같이 산다거나, 함께 일한다거나, 혹은 한때 알고 지냈다거나 어쩌다 한번 인사를 나누었다거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 등 100여 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다룬다. 그리고 웃음과 눈물 사이를 오가며 ‘그래도 인생은 즐거워’라는 진지하고 따뜻한 긍정에 이르는 데 성공한다.
저자 김상득 특유의 글쓰기인 반전이 주는 유쾌함도 크다. 웬만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법한 전개의 글도 마지막 반전으로 여지없이 기대를 무너뜨리고 빵, 터지고 마는 것이다. 마치 한치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인 것처럼.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소소한 일들, 그 안에서 정말 사소할지도 모르는 작은 깨달음들은 우스갯소리, 시시껄렁한 농담 정도의 무게만큼만 슬쩍 독자 곁에 내려앉는다.
그동안 유부남, 남편, 아내, 부부 등의 관계에 천착한 글을 써왔던 저자는 <슈슈>를 통해 인생에 대한 묵직한 소재를 재미와 가벼움으로 유쾌하게 승화시키고 있다.
2. 슈슈는 우리 시대의 ‘감수성’
진지함을 가볍게, 가벼움을 무겁게 푸는 반전 속에서 삶의 다양한 변주
100여 편의 에피소드는 1장 슈슈 ^^+ㅠㅠ, 2장 ^^ 웃음이 주룩주룩, 3장 ㅠㅠ 눈물이 꼬물꼬물(ㅠㅠ)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슈슈라는 이모티콘을 만들어놓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는 유머로 서문을 시작한다.
이야기들은 이를 테면 이렇다. 느긋하게 밤 산책을 즐기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같이 탄 아줌마가 저자를 게시판에 붙은 용의자 얼굴로 오해하는 일이 생긴다던지, 소설가 신경숙이 신문에 연재되는 저자의 칼럼을 제일 먼저 본다는 소식을 접하고 흥분했는데 사실은 신문을 맨 뒤에서부터 읽기 때문이라든지.
“비로소 나는 아주머니의 눈빛에 담긴 의혹과 불안을 이해했다. 용의자의 인상착의는 나와 흡사했으니까. 먼저 나는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뺐다. 그리고 아주머니를 향해 힘껏 웃었다. ‘저는 코가 납작하잖아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슈슈. -본문 26쪽
“선생님, 제 코너를 가장 먼저 보신다고 들었습니다.”
선생은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신문을 뒤에서부터 보거든요.” -본문 52쪽
치밀하고 진지하게, 혹은 잔뜩 고대했던 일들은 어이없는 상황을 만나 무용지물이 되고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간다.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보며 우리는 정작 가슴 한켠이 쓸쓸해진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법한 무색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웃음이 나오면 안 되는 상황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불편한 의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김 부장은 편한 의자를 찾아 여러 번 사무실 의자를 몰래몰래 바꿔보는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지만 결국 의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
“불구는 의자가 아니라 자신이다. 몸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의자를 바꾼다고 달라질 게 아니다.”
-본문 250쪽
“슈슈”는 이렇게 진지함과 심각한 상황을 가볍게 풀거나, 가벼운 상황을 무겁게 풀거나 하는 반전 속에서 삶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마치 예측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감수성 같다.
삶은 순간순간 너무 많은 배신을 낳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길 좌석버스에서 알지도 못하는 이가 무심히 몸을 맡기고 기댈 때, 기꺼이 어깨를 내어준다. 혹시 좁은 어깨를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마음을 쓰면서. 그리고 저자는 알 것 같다. 그의 하루가 어땠는지.
“당신의 오늘이 저의 어제고 당신의 어제가 저의 내일이니까요.” -본문 88쪽
3. 유머와 재미, 농담과 조롱 속에 묻어나는 삶의 긍정
볼품없지만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한없이 아끼고 싶은 나
김상득의 문장은 마치 농담이 나열되고 있는 것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서사적이고 세밀한 구조, 다양한 리듬과 함께 녹록치 않은 무게의 산문을 만들고 있다. 짧지만 완성도 있는 각 에피소드들마다 삶의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내면의 성찰이 묻어 있다. “삶은 저쪽에 있다”, “삶은 옆자리에 있다”, “알아준다는 느낌은 황홀한 독이다”, “사랑은 어떻게든 변한다”,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그러나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등 그럴 듯한 삶의 명제를 툭 던지기도 한다.
“적응에도 부작용이 있다”, “착오는 의심도 하지 않고 확인도 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것”,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순차적이지 않다” 등 가끔은 단어를 자유자재로 해석해서 사고의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도 한다.
또한 산문에 등장하는 책과 영화, 드라마, 음악은 저자의 문화적 취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독자들은 한 번쯤 접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무엇보다 그의 산문은 이렇다. 살아가는 데 명확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힘이 생겨나는 느낌이다. 소시민적이고 어딘지 어설프기만 하고 실수를 반복하는 평범한 직장인 남자, 그리고 언젠가 만난 것 같은 혹은 늘 만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생생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순박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자꾸만 연민이 가기도 한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다. 볼품없지만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한없이 아끼고 싶은 나! 그리고 마침내 삶에 ‘긍정적’이고 ‘따뜻한’ 생각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슈슈 속으로
슈슈를 새로 만들었으니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스마트하게 익혀 마구 사용하게 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서문 4쪽
다만 적응에도 부작용은 있었다. 언젠가부터 금속 같은 얼굴에 불쾌한 기름기가 흐르기 시작한다든지, 밤이면 해비메탈이라도 들어야 겨우 쪽잠을 이룰 수 있다든지, 한밤중에 갑자기 오줌이나 똥이 마려울 때도 작업장의 벨소리가 울리지 않으면 도무지 볼일을 보지 못한다든지. -본문 20쪽
그러니까 삶은 저쪽에 있다고. 여자가 핸드백을 놓고 간 이쪽이 아니라 핸드백 같은 건 까맣게 잊어버리고 남자와 함께 간 저쪽에 있다고. -본문 39쪽
처녀작은 쓰이지 않고 어렸을 때 그가 만났던 처녀들만 생각난다. 아내가 오줌 누러 나왔다가 부엌에 있는 그를 보고 묻는다.
“뭐 해? 안 자고.”
그는 글을 쓰는 체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도 처녀를 좀 써보려고.” -본문 52쪽
김 부장은 몰랐다. 벌금을 내는 고통보다 더 맛있는 피자를 먹고 싶은 욕망이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본문 103쪽
나는 준비해온 휴대용 가스버너 케이스를 연다. 그런데 전동 드릴이 들어 있다. 케이스 색깔이나 모양이 비슷해서 착오를 일으킨 것이다. 의심도 하지 않고 확인도 하지 않고. -본문 125쪽
오히려 의자의 기울어짐은 앉는 사람의 몸에 최적화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변형시킨 의자의 눈물겨운 환골탈태다. 김 부장은 그 불편한 진실 위에 앉아 있다. - 본문 250쪽
김상득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남편생태보고서』,『아내를 탐하다』 세 권의 책을 썼습니다. 「중앙SUNDAY」S매거진에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웃음과 눈물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합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치도 예측하지 못하는 우리네 삶처럼 마지막 반전이 읽는 재미를 주는 그의 글은 웃음과 페이소스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웃자고 하는 얘기, 시시껄렁한 농담 정도의 무게만큼만 슬쩍 우리 곁에 내려앉지만 자신을, 그리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따뜻한 글입니다.
목 차 :
1장. 슈슈
웃음이 주룩주룩, 눈물이 꼬물꼬물
사랑의 뿌리
갈비 1인분
적응의 부작용
후딱 안 일어나고 뭐 하노?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마지막 인사
너 자신을 알라
밤하늘의 별을 볼 때면
삶은 저쪽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남자
인사성 밝은 남자
대머리 지휘자가 드문 이유
작가 사인회에서
한밤중 부엌 식탁에서
춤추는 헤어 디자이너
책을 빌려줄 수 없는 이유
맞선과 면접이 똑같은 까닭
예를 들면 선생님
의리의 사나이, 사토
순두부 아줌마, 미안합니다
자동차에 대한 명상
임신부 알아차리기
알아준다는 느낌
어깨를 빌려드립니다
침이 고인다
휴대전화기 찾아주기
동안이네요
회식을 반성하는 회식
지각 문제 해결을 위한 보고서
화장실 쟁탈전
런치메이트를 고르는 법
아들의 첫 휴가
다 큰 아들과 목욕하기
전기가 끊긴 집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착오에 대하여
2. ^^ 웃음이 주룩주룩
멀리 문상을 가지 않는 이유
혼자 식사하는 즐거움
공자님의 ‘트친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예를 들면 사전
시간이민자
문자종결자
책장 정리를 하지 않는 이유
기대부응본능가설
결혼정보회사에 다니는 독신주의자
쌀국수집 서비스 미스터리
신사는 유머를 갖고 다닌다
눈치 없는 제자
중국어를 공부하는 이유
호텔 요코하마의 청소반장 이토
순이 이야기
웃지 않는 남자
단테 선생님
언니가 돌아왔다
동리 선생이 소설을 쓰게 된 사연
감독 리더십
고독해지고 싶은 사람을 위한 실용대화법
아들탐구생활
아들 군인 가는 날
아들은 조국 제일의 병사
아들의 여자친구
우리 집 둘째
내 은밀한 애인
남편수리센터
아들 면회 간 날
3. ㅠㅠ 눈물이 꼬물꼬물
하늘은 비를 내리려 하고
부끄러움만 드립니다
그 밖의 사람
화투와 글쓰기의 공통점
‘너무’가 너무 많은 시대
글쓰기의 악몽
불편한 의자의 진실
기억 못하는 남자
의지박약자의 작심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진다는 것
숫자에 약한 남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집중할 수 없는 사연
목소리
좀 애매한 사람
쉰 목소리
안다 형
신 팀장 가방의 비밀
천식에 대한 명상
환상의 콤비
친절한 철수 씨
태수 이야기
그림 선생님 이야기
남옥이를 생각해서라도
멧돼지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습니까?
세 번의 실수
삶은 옆자리에 있다
안정을 찾는 법
히터 좀 끄면 안 될까요?
아저씨, 그렇게 살지 마세요
제게 맡겨주세요
칸트 아저씨
이게 조개라고?
귀가
참 나쁜 남편
◆ 응모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주세요.
◆ 모집 기간 : 1월 5일 ~1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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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일 : 1월 12일
◆ 서평 작성 마감일 : 책수령 후 2주 이내 (→책수령과 서평완료 댓글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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